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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전망> 혁신, 규제 탓하지만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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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1월19일 17시00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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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배제된 혁신
 

시장의 혁신은 사용자의 욕구를 찾아내고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 간의 경쟁은 혁신을 가속화한다. 하지만 ‘타다 금지법’에서 보듯이 산업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요구는 철저히 배제된다. 뿐만 아니라 기업 간의 경쟁도 허락되지 않는다. 모든 산업계의 화두는 정치 이슈화되고, 정부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이익을 지켜내고자 할 뿐이다. 수십년 전 기존 산업이 태동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들이 이제는 오히려 사용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과 인력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를 실천하고 있지만, 개발된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시장을 만들어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수많은 규제들은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대표 IT기업, 네이버는 일본에서 원격의료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현대차는 미국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한다. 반 기업 정서와 각종 규제를 피해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망한 스타트업들도 속속 해외로 떠나고 있다.
 

불확실성만 키우는 산업정책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혁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경제정책과 산업정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 최근 생명과학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2018년도 1인당 GDP 세계 4위에 위치한 아일랜드는 일관된 경제정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했다. 2003년 이후 유럽 최저 수준인 법인세율 12.5%를 유지하고 있으며, 법인세율은 구제금융을 받던 3년 동안에도 유지되었다.

 

각종 규제들을 뚫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기업들은 성장과 함께 또 다른 벽을 만난다. 법인세율은 25%로 OECD 회원국 중 일곱 번째로 높다. 최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5년 간 OECD 회원국 중 미국, 영국, 일본 등 14개 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법인세를 내렸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그리스, 터키 등 6개 국은 법인세를 올렸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670개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2% 증가에 그친 반면 법인세 비용은 20.6%나 늘었다. 매출 증가율보다 세금 증가율이 10배나 높은 셈이다.

 

그리고 근로자 수가 3백명, 자산총액 1천억이 넘는 중견기업이 되면 공정거래법, 상생협력법, 조세특례제한법, 산업안전보건법, 유통산업발전법 등 81건의 규제 적용 대상이 되며, 자산총액이 5조가 넘는 대기업이 되면 63건의 규제를 추가로 적용 받는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인해 역량은 있지만 성장을 꺼리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규제를 탓하기 이전에 의식구조를 바꿔야
 

누구나 혁신의 걸림돌로 규제를 언급한다. 하지만 사회적 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과 문화를 담아낸다. 반 시장적 정책을 실천하는 정권을 선거를 통해서 유권자들이 지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바꾸지 못하면 시장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걷어내야 한다. 필연적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효익과 비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시장의 혁신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공급자 중심으로 구분된 영역의 경계를 걷어내야 한다. 시장의 혁신은 사용자 관점에서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혁신의 성패는 사용자의 선택에 있다. 정부는 사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장의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기존 산업의 몰락도 신 산업의 출현도 결국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우리의 숙제는 기존 산업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기업가와 근로자를 새로운 산업으로 편입시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가라앉는 배에서 부족한 구명조끼를 손에 넣기 위해 경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배를 띄우고 승객을 옮겨 태워야 한다.

 

지금 시장에서 경험하는 갈등 중 대부분은 수년 뒤에 논쟁조차 무의미해 질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저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만 안고 서로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막연한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영역부터 혁신 성과를 만들어 구성원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기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할 수 있는 혁신의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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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1월19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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