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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74) 가을 산행을 귀찮게 만드는 '도' 씨 3자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9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9월17일 14시35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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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가을이 완연해지고 있습니다. 햇살이 좋은 날 낮에는 아직도 더위를 느끼기도 하지만 새벽 산행길에 느끼는 바람결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줍니다. 지독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그것도 어디 시원한 곳을 찾아 나서기도 힘들었던 그 여름을 다 보내고, 이제 집 가까운 산과 들, 공원, 수변 산책로 어디로 나서도 좋은 계절을 맞이한 것이지요.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꾸준히 새벽 산행을 해 온 필자도 요즘 부쩍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산행이나 들길을 산책할 때, 특히 지금과 같이 자연으로 나서기 좋을 때, 들국화 같은 야생화가 예뻐서 혹은 잠시 길을 잘못 들어서 풀숲으로 들어갔다 하면 거의 어김없이 옷과 신발 등에 달라붙어 등산객들을 귀찮게 만드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도’ 씨 3자매입니다.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 가능성이 큰 귀찮은 존재들 중에서 각기 다른 대상들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붙였는데, 묘하게도 모두 이름 앞에 ‘도’가 붙어 있어서 필자가 만들어본 그룹 이름입니다. 도둑놈의갈고리, 도깨비바늘, 그리고 도꼬마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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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6일 금강변을 산책하고 돌아온 필자의 신발에 붙은 도꼬마리 열매

 

도둑놈과 도깨비를 상상하면서 지은 이름은 곧바로 이해가 갑니다만, 도꼬마리는 그냥 들어서는 쉽게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을 지칭하는 일본어 '도꼬로(野老)'에서 유래한 이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과거 노인들이 귀찮은 존재로 여겨졌던 시절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아서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식물들은 자신이 뿌리가 내린 곳 가까이에 자손이 정착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자신과 같이 큰 개체들의 그늘에 가려서 살아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씨앗을 멀리 날려보내려 노력하는데, 바람에 날리는 솜털에 씨앗을 실어 날리는 방법, 씨앗에 날개나 프로펠러를 붙여서 날리는 방법, 건드리면 툭 터져서 씨앗을 멀리 보내는 방법 등 여러 가지 기술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마도 이 ‘도’ 씨 3자매가 개발한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나가는 동물들의 털에 씨앗을 붙이면 동물이 움직여서 훨씬 멀어진 곳에 그 씨앗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질 것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이 식물들은 씨앗에 각각 독특한 무기를 장착시켜 놓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다 아주 미세한 갈고리 모양의 침을 붙여 놓은 셈인데 언뜻 보기에는 씨앗 모양은 제각각입니다. 

 

먼저 도둑놈의갈고리부터 살펴볼까요? 이 녀석은 콩과 식물이기 때문인지 각각의 잎이 세 장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져 있고, 높이 벋어 올리는 꽃대에 작고 예쁜 분홍 꽃을 줄줄이 매달았을 때까지는 이 녀석이 귀찮은 존재로 바뀔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수수하게 예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런 꽃대를 유지하고 있는 개체도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꽃대에 반달 모양의 작은 초록 꼬투리를 잔뜩 매달기 시작합니다. 그 꼬투리 안에 씨앗이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지요. 그런 꼬투리도 제법 멋진 기하학적인 모습이라서 매력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꼬투리 끝에 달린 갈고리가 바로 도둑놈처럼 우리를 귀찮게 만드는 무기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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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남한산성 도둑놈의갈고리 꽃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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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남한산성 도둑놈의갈고리 초록 꼬투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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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31일 남한산성 도둑놈의갈고리 열매 펼친 모습

 

다음은 도깨비바늘입니다. 이 녀석의 씨앗이 익어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누구나 녀석의 귀찮게 만드는 성질을 바로 인식하게 되는 식물이지요. 이 녀석의 소속은 국화과이니, 이맘때 피는 들국화의 일종인 셈입니다만, 꽃은 참으로 작아서 국화 혹은 들국화라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란색 작은 꽃이 앙징맞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작은 크기의 꽃이 수정이 되면 끝에 갈고리를 단 제법 긴 바늘 한 다발로 바뀌게 되고, 그 바늘 다발이 갈색으로 익으면 사방으로 촉수를 활짝 펼치게 됩니다. 그 촉수의 모습은 그 크기가 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져서 누구나 귀찮게 심지어는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이지요. 필자는 이 녀석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자손을 퍼뜨린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필자가 다니는 산기슭, 수변 방죽의 언덕, 공원이나 골프장 관리인들의 손길이 잘 못 미치는 후미진 곳 등 어디에서나 이 녀석들을 무리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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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분당 중앙공원 도깨비바늘 열매의 위협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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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 용인 낙생저수지의 도깨비바늘 꽃과 초기 열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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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 기흥 IC 근처 천변의 도깨비바늘 작은 꽃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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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2일 광주 문형산의 도깨비바늘 꽃의 앙증스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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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8일 대구 범어공원 도깨비바늘 열매 모습

 

마지막으로 도꼬마리입니다. 이 녀석은 꽃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재빨리 씨앗을 형성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필자가 참고하려고 즐겨보는 각종 식물도감이나 인터넷 사진에서도 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지요. 꽃을 보기는 힘들지만, 이 녀석 소속도 국화과입니다. 이 녀석의 씨앗은 매우 작은 크기의 럭비공 축소판에 잔뜩 침을 꽂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 침들 끝에 갈고리가 달려 있는 것은 물론이지요. 어린 상태로 큰 잎을 내놓고 있을 때는 매년 보는 필자조차도 다시 누군가 궁금하게 만드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이 녀석의 자손 번식 방법이 비교적 비효율적인지 개체를 발견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은 존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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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탄천변 도꼬마리 열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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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9일 탄천변 도꼬마리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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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8일 탄천변의 도꼬마리와 도깨비바늘

 

요즈음 등산객이나 산책객들이 즐겨 입는 기능성 천이 미끈미끈한데도 이 ‘도’ 씨 3자매들은 여지없이 달라붙습니다. 귀찮게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이 녀석들도 우리 식물 생태계의 일원임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보아 주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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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9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9월17일 14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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