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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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즈'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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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01일 09시56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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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과 신사>에 나온 여성과는 정반대의 여성을 그린 페미니즘 영화로는 1991년 5월에 개봉된 <델마와 루이즈>(Thelma and Louise)를 뽑는다. 나중에 <블랙호크 다운> 등 대작을 만들게 되는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했는데, 그 자신도 이 영화가 페미니즘의 상징이 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케이블에서 상영을 해서 많은 사람이 봤음직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무대는 1970년대 아칸소의 작은 마을이다. (빌 클린턴의 고향인 아칸소는 미시시피와 더불어 가장 못 사는 주(州) 1, 2위를 다툰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즈(수전 서랜던)은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기 위해 둘이서 1966년식 포드 선더버드 오픈카를 몰고 여행을 떠난다. 

 

신나게 드라이브를 하고 저녁에 술집에서 춤을 추던 중 만취한 델마는 춤을 같이 춘 남자에게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하는데, 루이즈가 권총을 그에게 들이대서 델마는 위기를 면한다. 델마를 데리고 가는 루이즈에게 그가 욕설을 하자 루이즈는 그를 사살해 버린다. 델마는 자수하자고 하지만 루이즈는 아무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도망치자고 한다. 

 

도중에 두 사람은 J.D.라는 젊은이(브래드 피트)를 만나서 차에 태운다. 돈이 필요한 루이즈는 남자 친구 지미에게 부탁해서 자신의 저금을 찾아 달라고 한다. 지미가 돈을 갖고 오자 루이즈는 지미와, 그리고 델마는 J.D.와 밤을 같이 보낸다. 그런데 절도 전과자인 J.D.가 델마가 맡아 갖고 있던 루이즈의 돈을 몽땅 갖고 도망가 버린다. (브래드 피트는 이 시시한 역할을 간신히 맡았고, 이 영화 덕분에 비로소 배우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돈이 떨어진 두 사람은 편의점에 총을 들고 들어가서 돈과 술을 털어 갖고 나온다. (델마는 와일드 터키라는 위스키를 좋아한다.) 델마는 멕시코로 가자고 하지만 루이즈는 과거의 나쁜 기억으로 텍사스를 갈 수 없다면서 북쪽으로 향한다. 

 

아칸소 경찰은 두 사람이 무장하고 위험한(armed and dangerous) 범인으로 수배하고, 이들이 주(州) 경계를 넘어서자 FBI까지 나선다. 경찰의 검문에 걸리자 델마는 경찰관에게 권총을 들이대고 그를 경찰차 트렁크에 쳐박아 버린다. 지나가던 남자 트럭 운전사가 욕을 하자 트럭에 총을 쏴서 큰 폭발이 일어난다. 경찰의 대대적인 추격을 피해 도망가던 델마와 루이스는 그랜드 캐년을 앞에 두고 멈추었다. 경찰 저격수들이 조준을 하는 가운데 델마와 루이즈의 사정을 이해하는 아칸소의 형사반장 할(하비 케이텔)은 두 사람에게 자수를 권하러 뛰어 간다. 델마는 잡혀서 감옥에서 썩느니 같이 죽자고 하고, 루이즈도 이에 동의하면서 엑셀을 힘껏 밟는다. 이들이 탄 선더버드는 계곡을 향해 날아간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극본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고, 평론가들은 페미니즘 시각을 반영한 의미있는 영화라고 찬사를 보냈다. 제작비 1,650만 달러를 들여서 상영관에서 4,500만 달러를 벌었으니까 크게 흥행에 성공한 편은 아니다. (<사관과 신사>는 600만 달러를 들여서 2억 달러를 벌었다.) 필리스 슐라플리 같은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여성들은 그랜드 캐년에서 자살하는 게 페미니즘이냐고 빈정거렸다. 영화를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을 타임지는 그 해 6월에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영화에는 흑인이 나오지 않으며 등장하는 백인 남자들은 형사반장 할(하비 케이텔)을 제외하고 모두 레드넥(redneck ; 교육받지 못하고 행동이 거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그랜드 캐년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지막 장면은 그랜드 캐년에서 찍은 것이 아니다. (유타의 한 주립공원이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선더버드는 수집가가 갖고 있으며 금년 5월 영화 개봉 30주년 행사 때 전시된 바 있다.

 

1991년은 <델마와 루이즈> 외에도 애니타 힐 사건으로 여성 문제가 크게 부각된 한 해였다. 그 해 11월, 상원은 대법관으로 지명된 클라렌스 토머스에 대한 인준청문을 열었는데, 토머스가 노동부에 있을 때 그 아래에서 일했던 애니타 힐 교수가 그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증언을 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영화에 나온 백인 레드넥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해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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