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역화폐와 지역사랑상품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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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16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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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이슈 선점에는 독보적인 정치인이다. 또 계곡 정비 사업을 놓고 남양주시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정책이나 업적을 자신의 브랜드로 만드는 능력도 뛰어 나다. 그 중의 하나가 지역 화폐이다. 자신의 브랜드가 되다시피 한 지역 화폐를 확산하겠다고 예산을 늘리라고 또 다시 재정 당국을 윽박지르고 있다.

 

여러 다른 정책과 달리 지역화폐는 따져야 할 것이 많다. 화폐는 한 정치인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권을 잡은 집단이 화폐를 이용해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화폐에 대한 결정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물론 지역 화폐는 화폐에 비해 유통되는 규모가 미미하다고 우길 수 있으나 재정 당국의 반대에도 유통량을 무턱대고 늘리겠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사실 지역화폐라는 단어의 사용은 잘못 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이 옳다. 지역 내에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일시적으로 화폐 대신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상품권이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 ‘허베이스피릿’호에 의해 원유 유출 사건이 일어나 기름이 뒤덮히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전국민이 자원봉사에 나서 태안 앞바다 바위에 뒤덮인 기름을 손으로 일일이 닦아 냈다. 해산물의 피해와 관광객의 중단으로 태안군 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이에 태안군에서는 2008년 태안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전국에서 태안을 방문해 소비를 진작하는 정책적 효과를 보았다. 그 당시 발행한 상품권이 아직 안 쓰인 것도 있어 최근 상품권의 유효 기간을 늘리는 결정을 하였다고 한다. 태안사랑상품권이 목적에 맞게 가장 잘 적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몇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지역화폐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더니 현재 90%가 넘는 지자체에서 발행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원 취지는 소비 역외 유출을 차단하고 지역 내 소상공인을 보호하여 낙후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시흥시처럼 발 빠르게 움직여 먼저 발행했거나 성남시처럼 주변 지자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자체는 재미를 좀 보았을 것이다. 

이제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나아가 국가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 하니 원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효과도 없이 부작용 만 나을 수 있어 중단되어야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특별 재난지역 등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이다. 특정 업종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상품권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규모를 떠나 한 국가의 경제 활동을 타 지역으로의 유출을 차단하여 한 지자체 내에서만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철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특히 경계지역에서는 득실(得失)이 갈릴 수도 있다. 대형마트 등의 소비를 제한하여 중소상인으로의 이전 효과를 높이자는 것인데 소비자의 현금 사용을 차단할 수 없어 그 효과 또한 확신할 수 없다. 그야말로 탁상 행정(정치)의 일례(一例)일 뿐이다. 영세상인들을 지원하려면 더 직접적인 다른 여러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의 철학에도 안 맞고 효과도 확실하지 않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고 여러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상품권은 화폐에 비해 열등재화이기 때문에 할인을 위한 정책 지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현재 9조원 정도의 발행을 예상하면 10%에 해당하는 9,000억원(정부 8%, 지방 2%)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당에서 재정당국을 압박하는 건 결국 지역화폐를 확대할 테니 이 예산을 늘리라는 것이다. 금년에 발행규모를 30조원으로 늘린다고 하니 실소요 예산이 3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비용이 발생한다. 상품권을 발행하고 유통시키기 위한 시스템 비용을 정부 또는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 아직 그 비용이 얼마인지 추계도 되지 않고 있으며 혹자는 특정업체가 독점적으로 특혜를 받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기도 한다. 또 할인을 비롯한 부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큰 규모로 시행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은 아직 예측할 수도 없다. 여러 측면에서 다시 검토해 지역화폐에 대한 고집도 버리기 바란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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