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경제학 여정(旅程) <30> 정치논리 성행(盛行), 산업 발전 심의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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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7월2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7월24일 11시11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남덕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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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총선 이후 경제개혁 분위기가 퇴조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 노력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2001년에 들어와 집단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의 확산이 뚜렷해졌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경우들이 흔히 눈에 띄었다. 행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유력 정치인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상황도 나타났다.

 

나는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를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서 호소했다. 


도덕적 해이는 마약이다

동아일보 | 2001.12.10 경제시평

 

국민세금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공적자금의 부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공적자금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조성되고 사용되었으나, 그것이 지원 받는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음을 보고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 신상필벌 원칙 없어 ▼

 

우리는 1997년의 외환위기가 왜 초래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 되어 있는 도덕적 해이 때문이었다. 기업들은 채산성과 경쟁력을 경시하면서 부채의존형 과잉투자를 지속했고, 금융기관들은 정상적인 대출심사 과정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 정부는 폐쇄적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을 속이려는 무사안일의 자세를 보여줬고,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는 게을리 하면서 권력의 꿀단지 나눠먹기에만 열중했다.

 

이번에 밝혀진 잘못 관리된 7조원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공적자금 조성의 원인을 제공했던 부실기업의 일부 기업주들이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켰고, 부실금융기관들의 일부 파산 관재인들은 해당 금융기관들의 골프회원권을 이용해 근무시간 중에도 골프를 했다.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해온 정부의 핵심 책임자들 중 자성하는 자세를 보여준 사람은 별로 없고, 정치인들은 진실 파악과 대책 마련보다는 내년 대선을 겨냥한 큰 목소리 내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변한 게 없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 흐름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 역사를 되돌아볼 때 도덕적 해이가 만연된 국가가 경제강국이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8세기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했던 것은 시민정신 때문이었고,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영국의 뒤를 이어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19세기 미 국민의 청교도 정신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해이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하나는 역사의식의 결여이고 다른 하나는 신상필벌 원칙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의 일본 경시청 고등계 형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경찰 간부로 변신해 독립운동가들을 괴롭혔던 경험, 군사독재시대의 권력 하수인들이 민주화된 정부에서도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들, 기업은 망했어도 그 기업의 주인들은 엄청난 부를 보유하고 호화사치 생활을 하고 있는 꼴 등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도덕적 해이를 통해 얻는 게 잃는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지연 학연 등 각종 연고주의, 투명하지 못한 각종 제도, 이것에 바탕을 둔 부정부패 등은 우리 사회에서 신상필벌의 원칙을 약화시켰다.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할 능력이 없어도 끈만 잘 잡고 줄만 잘 서면 자리를 유지하고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면, 누가 최선을 다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것인가.

 

▼ 시장경제 효율성 파괴 ▼

 

21세기의 국제질서는 세계화와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국가 간의 관계는 경제적 실리를 기준으로 각국 이익의 극대화 관점에서 경쟁과 협조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형성 과정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 없이 무한경쟁과 경제적 실익중심으로 움직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민의 위상과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덕적 해이의 만연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우리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이다.

 

마약이 사람의 의식을 파괴하듯이 도덕적 해이는 시장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파괴한다. 경제주체들이 도덕적 해이라는 마약 때문에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은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것이 무너질 때 우리 경제는 무한경쟁의 파도에 휩쓸려 세계 경제의 밑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게 될 것이다.

 

도덕적 해이라는 마약의 뿌리를 뽑는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김 광 두 (서강대 교수·경제학) >​

 


집단이기주의 경제 망친다

동아일보 | 2002.02.04 시론

 

우리의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 경제를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의 미래보다는 당장의 득표전략으로 모든 경제 현안에 접근하는 정치인들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우리의 경제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킬 것인지 심히 염려되기 때문이다.

 

▼ 정치권-이익단체 목소리 높여 ▼

 

97년의 경제위기도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었다. 연말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타난 권력누수의 현상은 경제정책을 무력화시켰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이러한 권력누수는 정치인들의 정권다툼으로 더욱 심화되었으며, 정치권은 각종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정치인들은 오히려 득표전략에만 몰두해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조장했으며, 이러한 정치논리는 정부로 하여금 상호 모순되는 정책들을 집행하고 실효성 없는 정책들을 남발하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료사회가 무사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각 경제 주체들이 집단이기주의 차원에서 비합리적 행태를 취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97년 당시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린 기아자동차에 대한 처리 방안의 혼선은 바로 정치권의 정치논리와 행정당국의 무소신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연초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밝히고 이에 관련된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수단들은 국내외 여건과 조화를 이룰 때 그 성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먼저 대외 여건을 보면, 세계경제는 일본을 제외하고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고, 특히 미국의 정보기술(IT)산업의 거품이 가라앉아 IT관련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경제와 엔화 환율을 제외하곤 대외여건은 좋은 편이다.

 

국내적으로는 소비심리가 좋아지고 있고, 건설과 설비투자도 회복되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신용불안이 크게 해소되고 있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기업대출 여력도 개선되고 있다. 원화 환율과 수출 부문이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으나 전체적으로 국내 경제는 회복의 바닥을 다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가장 불안한 복병은 남아 있다. 그것은 정책의 일관성에 관한 문제다. 97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권력의 누수와 대통령 선거가 정책의 일관성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고 있다. 경제정책이란 교차로의 신호등과 같다. 교통신호등이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작동될 때 교차로의 교통질서가 유지된다. 경제정책이 일관성과 안정성을 잃을 때, 경제질서에는 혼란이 발생하며 기업의 투자활동이나 가계의 소비활동은 왜곡되거나 위축된다.

 

그런데 요즈음 나타나고 있는 여러 상황들은 심상치 않다. 특히 대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정치관련 목소리를 높이고, 모 재벌그룹 회장이 정치자금에 관한 소신을 밝히고 있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노동자 집단, 교원 집단, 의사 및 약사 집단, 농어민 집단 등의 집단이기주의에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는 것을 보아온 입장에서 재벌과 전경련의 힘 있는 목소리까지 들리니 어쩐지 경제정책의 불안정성이 염려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내외의 여건이 대체적으로 좋다고 하더라도 각종 이익집단들의 상충되는 목소리를 국가이익이라는 공동선의 차원에서 조정하지 못하면 경제정책의 일관성은 훼손되고,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회복도 늦어지며, 김 대통령의 연두 구상도 희망사항으로 그치게 될 것이다. 때문에 97년의 쓴 경험을 거울 삼아 우리 모두 두 가지 사항에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

 

▼ 경제정책 흔들리지 말아야 ▼

 

하나는 행정당국이 정치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격려해주고 보호해주자는 것이다. 이익집단들의 이기적 집단행동으로부터 정책당국자들이 받는 압력을 국민이 막아주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소위 대선 예비주자들의 발언을 계속 추적해 그들의 논리구조와 논리의 일관성을 분석하자는 것이다. 상충되고 모순된 논리를 발견해 각종 매체를 통해 이들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자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노력에는 언론, 시민단체, 지식인 등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하면 각종 이익집단들과 이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경제학>

 

이런 분위기에서 나는 산업발전심의회를 통해서 나름대로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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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산업발전심의 위원장 시기, 창원의 한국중공업을 방문해서.>

 

2001년 10월 산업발전심의회는 “2010년 산업 발전 전망과 비전”을 심의해서 채택했다. 그 내용 중에 신기술산업과 서비스산업의 중요성과 성장성 예측이 들어 있었다. 특히 반도체와 통신기기 산업, 그리고 전자상거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예측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2001년 12월에, 산업발전심의회는 “기업 퇴출 과정 개선”에 관한 협의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 기업 퇴출의 문제점을 사회적 이슈화했다. 그 중요한 지적 사항은 기업퇴출이 금융 논리만을 기준으로 해서 선정되고 집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느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축적의 관점에서 보는 평가가 외면되고, 단기간의 재무구조만 분석해서 퇴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가 경제의 미래와 국제 산업 분업 구조에서 한국의 차지하는 역할이 경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융 논리는 단기적 관점이 지배하지만, 투자회임기간이 긴 신기술산업이나 중화학공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높거나 기술전파의 외부성이 높다면, 퇴출 대상의 선정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나는 이인제 싱크 탱크와 후원회장이라는 책무를 맡은 후유증으로 학계에서 중립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괴로운 시간이었다. 나는 그 불신을 회복해서 경제학 교수로서의 신뢰성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열심히 강의하고 연구했다.

 

나는 2002년 9월 한국산업조직학회 학술 세미나에서 “한국제조업의 경쟁력 수준과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나는 이 논문에서 제조업이 고용 창출의 뿌리임을 주장했다. 흔히 제조업의 직접적 고용 효과 만을 계측하는데, 제조업 생산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관련 서비스 업종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도 계측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관련 서비스가 제조업 생산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그 제조업 생산이 없으면 이 서비스업종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료 경제학자들이 내가 정치인들을 떠나 다시 연구에 몰두함을 인정하는 기회가 되었다.

 

2002년 12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나는 이 시점에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한국응용경제학회는 이론을 현실에 접목(椄木)시키는 노력을 할 목적으로 조직된 학회였다. 학계의 동료들이 다시 나를 순수 경제학자로 인정해 주어서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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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7월2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7월24일 11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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