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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실언과 유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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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9월30일 12시25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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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 한 발언은 실언(失言)이겠지만 그것은 발언자의 솔직한 심정이 잘 표현된 것이다. 2000년 9월, 조지 W. 부시가 뉴욕타임스 기자를 ‘주류 언론 x구멍’(‘major league asshole')이라고 부른 것은 당시 공화당 지지자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공화당 지지층은 뉴욕타임스와 CBS 방송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했다.  2004년 대선을 앞두고 CBS의 댄 래더가 위조된 조지 W. 부시의 주 방위군 복무기록을 방송한 일이 발생했다. 폭스뉴스가 문제를 제기하자 CBS는 자체 조사로 방송 내용이 잘못임을 인정했고 얼마 후 댄 래더는 CBS를 그만 두었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폭스뉴스의 젊은 기자를 '멍청한 개xx'('stupid s.o.b.')라고 부른 것도 해당 기자가 그런 말을 들어먹을 만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그 기자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한테 욕을 얻어먹고 꼼짝 못했던 일을 연관해서 보도했다.  

 

레이건 대통령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84년 8월 11일, 레이건 대통령이 자신의 산타바라라 랜치에서 공영방송인 NPR에 연설을 녹음할 때였다. 그날 레이건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학내에서 종교적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서명했음을 알리는 스피치를 할 참이었다.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레이건은 녹음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유머가 있는 마이크 테스팅 발언을 했다. 

 

“미국인 여러분, 나는 오늘 러시아를 영구토록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즐겁습니다. 우리는 5분 후에 폭격을 시작합니다.”("My fellow Americans, I'm pleased to tell you today that I've signed legislation that will outlaw Russia forever. We begin bombing in five minutes.")

 

이것은 생방송은 아니었고, NPR은 물론 이 마이크 테스팅 발언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 이 녹음을 외부로 흘려서 곧 알려지게 됐다. CBS 등 네트워크 TV와 CNN은 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지만 작은 매체들에 의해 알려 졌다. 레이건의 유머에 대해 그냥 웃은 사람도 많았지만 레이건을 싫어하는 평론가들은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이상함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공식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소련의 국영 타스 통신은 레이건의 생각이 단순하며 황당한 꿈을 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은 레이건의 이 발언이 나온 후 소련 극동사령부가 비상경계령을 잠시 발동했었다고 보도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2년 6월 영국 의회에서 “공산주의는 역사의 잿더미(ash heap of history)에 파묻힐 것"이라고 연설했고, 1983년 3월에는 미국 개신교 모임 연설에서 소련을 ‘악(惡)의 제국’('Evil Empire')리고 지칭했다. 그럴 때마다 진보성향 평론가들은 레이건이 망상(妄想)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는데, 이제는 소련을 폭격하겠다고 하니까 레이건이 노망(老妄)들었다고 비웃었다. 

 

레이건은 물론 소련을 폭격하지 않았다. 레이건은 1987년 6월, 베를린 브란덴브루크 문(門) 앞에서 “고르바체프, 이 문을 열고 장벽을 허무시오“("Mr. Gorbachev, open this gate, tear down the wall.")라고 일갈(一喝)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서 실제로 그 문은 열리고 장벽은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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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레이건의 ‘소련 폭격’ 마이크 테스팅이 알려 진 후 레이건 대통령을 방문한 소련 외무장관 그로미코. 198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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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1987년 6월 12일,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앞에서 연설하는 레이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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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9월30일 12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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